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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에 작업한 PC용 전원공급장치(PSU) 잘만  ST300BLP의 수리 및 저소음 개조기를 소개한다.


잘만의 무소음-이라고 주장한 파워 ST300BLP

무소음이란 컨셉이 무색하게 부하 시 소음이 심했음

잘만의 무소음(?)파워 ST300BLP (이미지 출처: 구 잘만 홈페이지)

 잘만의 ST300BLP(이하 ST300BLP)는 2001년 잘만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무소음 컨셉의 파워서플라이 제품이다. 파워서플라이로 유명한 제조사인 세븐팀의 OEM 제품으로 당시에는 상당히 드물었던 패시브(Passive) PFC(Power Factor Correction)를 내장했다. PFC용 트랜스 무게 때문에 파워의 전체 무게가 2.4kg이나 되어 그 묵직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렇지만 ST300BLP는 PFC로 전기요금 절약을 광고하다 그것이 허위로 밝혀져 좀 불미스럽게 이슈가 되기도 한 제품이다. PFC는 역률개선회로로 무효전력을 최소화하여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무효전력에 대해 요금을 부과되는 지역이라면 PFC로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겠다. 하지만 국내 전기요금체계는 유효전력에 대해서만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PFC 사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절약은 불가능하다. 전기요금 절약은 그렇다 하더라도 PFC로 인해 EMI 전자파 감소와 함께 효율면에서 PFC가 없는 파워보다는 효율이 높아 그로 인해 발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은 있다.

ST300BLP의 무소음 컨셉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은 스펙의 다음 부분이다.
3) 주변의 온도가 높을 경우 파워팬의 회전수가 높아져 소음이 다소 증가될 수 있습니다. 주변 온도를 25도씨 이하로 낮추면 보다 더 좋은 무소음 환경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문구를 통해 무소음이라는 컨셉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는데, PC를 저전력 시스템으로 구성하고 케이스의 쿨링을 원할하게 하지 않는 이상 저소음 상태로 쓸 수 시간을 얼마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과연 부팅 후 몇 분이 지나서 거슬리는 소음을 내는 파워를 무소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소음 때문에 AS-교체를 받았지만 소음은 그대로였다. AS센터에서는 ST300BLP의 이 소음은 어쩔 수 없는 제품의 특성이라는 답변만을 받았다.


ST300BLP의 고장과 수리

애써 불만을 참으며 ST300BLP을 계속 사용했는데 2003년부터 부팅이 잘 안 되는 이상동작의 증세를 보이더니 2004년 즈음 결국 고장이 났다. 부팅이 되지 않고 '치~' 하는 소음이 발생했는데, 이미 무상 AS기간도 지난 터라 수리보다는 이것을 기회로 새 제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패시브 PFC보다 효율이 높은 액티브(Active) PFC가 사용된 파워서플라이로 갈아타게 되었다. 바꾼 파워는 OEM으로 유명한 델타의 제품인데, 온도변화에 따른 냉각팬 속도 제어기능(LAFC: Low noise Auto Fan Contoller)으로 저소음 실현이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 상당한 소음을 냈다. 이전의 나였다면 당장 반품 등의 조취를 취했겠지만 시급히 파워서플라이가 필요했기도 했거니와 당시는 저소음 컨셉을 반쯤 포기했던 시기라 그냥 참고 사용했다.

저소음 환경은 상당한 매력이 있어서 한 번 맛을 본 사람에게는 중독성이 있다. 애써 참았지만 결국 2006년 여름에 다시 저소음증(?)이 도졌다. 그동안 사용했던 액티브 PFC가 사용된 델타 파워서플라이를 쓰면서 액티브 PFC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고주파 소음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때 창고에 쳐박아 두었던 고장난 ST300BLP가 생각났다. 기억에 패시브 PFC를 사용된 ST300BLP는 고주파 소음은 없었다. 그래서  일단 ST300BLP를 고쳐보기로 했다. 소음으로 나를 괴롭혔던 ST300BLP은 무상 AS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마음 편히 개조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가장 왼쪽의 것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고장의 징조가 보여 적출

터질 그리고 터진 캐패시터

IC를 비롯한 능동소자의 고장이었다면 고장 부위의 파악도 어렵고 부품 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고장 부분은 모두 수동소자에 한정되어 있었다. 캐패시터가 터지고 저항이 타버린 정도였다.

높이는 훨씬 높지만 직경이 같아 호환 가능

삼영 SXE 1000iF/16V

높이는 훨씬 높지만 직경이 같아 호환 가능

삼영 SXE 1000iF/16V

직경이 커서 억지로 집어넣음

삼영 NXC 470uF/16V

직경이 커서 억지로 집어넣음

삼영 NXC 470uF/16V

그을린 PCB가 신경쓰인다

만약을 대비해 용량을 키워 1/2W 저항으로 교체

수리는 간단히 이뤄졌는데 망가진 부품과 고장의 징조를 보이는 것을 적출하고 같은 규격 혹은 오버스펙의 파츠로 교체하면 되었다.


저소음 개조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다음으로 한 작업은 저소음 개조였는데, 개조의 핵심은 다음의 3가지였다.

1. 케이스의 팬 안전판 제거
2. 듀얼 팬 장착
3. 팬의 저속 동작

먼저 케이스 팬 안전판 제거 과정을 살펴보자. 안전판은 팬에 이물질이 끼여 작동을 멈추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저소음의 관점에서는 방해가 될 뿐이다. 이물질의 침임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지만 프레스로 찍어낸 원래의 안전판은 너무 넓어 공기의 흐름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바람이 부딪혀 소음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따라서 이것을 제거하고 얇은 철망으로 이뤄진 팬 그릴로 대체한다. 만약 배기용 팬의 그릴이 케이스에 걸린다면 그릴을 파워 케이스 안 쪽에 장착하라.

가공을 위해 먼저 파워서플라이의 PCB를 들어내고 케이스만 남겨둔다.


실톱으로 썰기

실톱으로 철판을 컷팅하는데 재질이 철이고 두께가 두꺼운 편이라 쉽게 잘리지 않으므로 다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잘라야 한다.


힘들어도 컷팅


컷팅 완료


줄로 갈아 모양을 다듬기

전부 다 잘라냈으면 줄로 거친 부위를 갈아내고 모양을 다듬어 준다.


컷팅 부위 납땜하기

부식방지를 위해 컷팅 부위에 땜납을 입힌다. 이 과정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컷팅으로 코팅이 벗겨진 부위가 습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부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코팅을 해주는 것이 좋다. 땜납도 종류가 다양하며 철판에 잘 입혀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땜납 선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꼭 땜납이 아니더라도 다른 재료를 사용해도 좋다.


안전판 제거 완료


다음은 듀얼 팬 장착이다. 기본적인 과정은 팬 안전판 제거와 동일하다.

원래는 공기 유입구의 철판을 잘라내고 타공망을 설치하려다가 원활한 쿨링을 위해서 듀얼 팬 장착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기 때문에 사진의 작업순서가 효율적이지 않다. 먼저 팬 장착 위치를 정하고, 팬 고정용 홀을 뚫은 뒤, 철판을 잘라 공기 유입구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철판 제거


울퉁불퉁한 부분은 뒤에 줄로 커버하면 된다


제거 완료


팬 고정용 홀을 뚫는다,


팬의 직경에 맞게 공기 유입구도 확장시킨다.


공기 유입구 확장


거친 부분을 줄로 갈아낸 뒤에 컷팅 부위를 땜납으로 코팅해준다.


듀얼 팬용 홀 가공 완료

듀얼 팬 구성 시 요즘 유행하는 120mm 팬을 사용한 형태의 흡기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방열판이 형태가 T형이기 때문이다. 풍량면에서 80mm 팬보다 120mm이 낫지만, 공기의 흐름상 아래에서 공기를 끌어올려 배출하는 식은 T형 방열판의 구석구석 바람이 미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이 직선상에 듀얼 팬을 배치해 공기가 흐르면서 방열판의 측면을 지나가게 해서 방열판 전체를 식히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또한 이런 형태의 듀얼 팬 배치은 케이스 상단에 정체되어 있는 더운 공기를 뺴낼 수 있어 케이스의 전체적인 환기에 유리하며, CPU의 발열에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


밖에 장착한 흡기용도의 두 번째 팬


파워 케이스 내부에는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팬은 외부에 장착한다. 사용하는 팬은 적당한 풍량과 소음을 갖춘 제품을 선택한다. '적당한'이란 수식어가 애매하게 느껴질 텐데, 비전공자로서는 정확한 공식에 의한 방열에 대한 계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소음 개조를 끝낸 파워

흡기용 팬이 믿음직해 보이는 것은 착각 때문일까?


이제 남은 것은 팬의 저속 동작이다. 팬의 날개 모양과 개수, 하우징에 따라 풍량대비 소음의 차이가 있지만 팬의 동작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팬을 저속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DC 팬을 저속으로 작동시키는 법은 간단한데 작동전압을 낮추면 된다. 일반적인 PC용 팬은 12V로 작동되는데 공급전압을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 부분까지 낮춘다. 팬의 작동 최저전압이나 풍량확보 등의 요소를 고려해 적정 수준에서의 타협이 필요하다.

팬을 속도를 낮추게 되면 줄어든 풍량이 문제가 된다. 풍량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는 쿨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다는 이야기와 같다. 어떻게든 쿨링에 필요한 최소한의 풍량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앞서 시도한 듀얼 팬을 장착은 바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줄어든 풍량을 팬의 개수를 늘려서 커버하는 것이다.

ST300BLP의 내장된 팬 컨트롤러는 온도에 따라 5~11V로 작동하기 때문에 저소음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에 팬을 5V로 작동시켰다. 고정된 전압을 공급해 팬의 속도가 증가해서 발생하는 소음을 신경쓰지 않고자 했다. 사용한 팬은 ADDA 팬으로 5V 작동 시 조용한 편으로 어느 정도의 풍량 확보가 가능한 모델이었다.

장시간의 풀로드 테스트에도 일체의 다운이나 심각한 정도의 전압변동 없이 작동했으니 수리와 개조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반전: 재주는 곰이 넘고...

ST300BLP의 수리 및 저소음 개조는 완벽-했다고 믿고 있다-했다. 하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노고의 대가, 즉 저소음 개조의 성과를 누리지 못했다. 동생이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개조한 ST300BLP 파워를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ㅠ.ㅠ

앞에서 사용된 델타 파워서플라이 액티브 PFC의 미세한 고주파 소음이 신경이 쓰여서 조용한 파워를 쓰고자 ST300BLP를 고치고 개조했는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 식이 되어 버렸다. 동생이 되놈은 아니기 때문에 아쉽지만 동생에게 좋은 선물했다고 생각하며 상실감(?)을 애써 잊으려 하고 있다. OTL


저소음 파워를 위한 조언

파워의 저소음 동작 실현에는 많은 변수가 있지만 사실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효율이다. 효율이 높아야 발열이 적어지며, 그로 인해 많은 풍량을 확보하기 위해 팬을 고속으로 작동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PFC가 없는 제품보다는 PFC를 사용한 제품이, PFC도 패시브 방식보다는 액티브 방식이 효율이 더 높다. 또한 액티브 PFC를 사용한 제품도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효율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80% 이상의 효율을 보이는 제품에 대해선 80 PLUS 마크가 붙기도 한다.(그런 제품의 리스트를 확인하려면 이곳을 클릭하라.)

그런데 이 효율은 유저가 개조를 통해 높힐 여지가 거의 없다. 스위칭 회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보다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게 회로를 고치거나 부품을 변경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저소음 파워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고효율에 저소음으로 호평받는 파워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국내에 출시된 파워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그 수가 많아 직접 일일이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각 파워의 소음 정도는 유저들의 사용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용기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다 보니 다수의 사용자가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선에서 참고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으로 액티브 PFC가 내장된 파워의 효율이 높은데, 그런 파워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액티브 PFC 회로로 인해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이다. 특히 이 고주파 소음은 팬의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신경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참지 못하고 액티브 PFC가 아닌 파워를 재구입하기도 한다. 또한 같은 회사의 동일 모델이라도 편차가 있어 구입 시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드물게 팬이 없는 노팬 구성의 파워도 있지만 그 수가 극히 적고 가격이 비싸서 실용적이지는 않다.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고효율&저소음 제품으로는 시소닉의 S-12 이나 M-12 시리즈가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유저들의 평도 좋으며 실제 써본 결과 만족할 수 있었다. 다만 시소닉 제품도 간혹 고주파 소음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약간의 뽑기 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파워의 저소음 개조기를 소개했지만 솔직히 위의 경우처럼 저소음의 구현을 위해 직접 파워를 개조하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개조는 위험성도 높으며, 그로 인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자신이 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번거로움과 위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개조도 해볼 만한 일이다.

저소음 파워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파워에 장착된 팬이 조용한가-팬이 저속으로 동작하는지와 온도에 따른 동작 속도의 변화는 어떤가 등이다. PFC의 유무나 종류에 상관없이, 즉 효율에 관계없이 결정적으로 팬이 느리게 돌아 조용하다면 소음은 심하지 않다. 물론 효율이 높을 수록 발열이 적기 떄문에 팬을 느리게 돌려도 충분한 쿨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효율 높히는 개조가 어렵기 때문에 개조의 포인트는 팬 속도 조절이 된다. 팬의 속도를 낮추면서도 발열 해소에 문제가 없는 쿨링을 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위의 개조기에서 사용한 듀얼 팬 장착도 그런 방편 중의 하나일 뿐이다. 팬을 추가할 것인가, 추가한다면 팬은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이며 어디에 장착할 것인가, 팬속도는 얼마나 낮출 것인가, 전압은 어떻게 낮출 것인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특정한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사용하는 파워와 시스템 환경에 맞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팬의 수는 적은 것이 좋지만, 고소음의 팬 1개보다는 저소음 팬 2개가 덜 시끄럽다. 그래서 팬의 속도를 낮추고 개수를 늘려 풀량을 확보하는 것이 저소음 개조의 주요 방향이 된다. 팬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만 한데, 동작 속도와 풍량이 비레함을 명심해야 한다. 저속이라 조용하다고 능사가 하니다. 최소한의 쿨링을 위한 풍량은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베어링의 재질에 따라 조금씩 특성이 다른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볼베어링 제품은 수명이 길지만 볼베어링 특유의 거슬리는 소음이 날 수도 있는 점과 슬리브 베어링 제품은 소음은 적지만 수명이 짧아 자주 오일을 보충해줘야 하는 점, 유체 베어링 제품은 소음은 괜찮지만 대부분 수명이 짧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슬리브 베어링의 저속 팬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주 기름을 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컴퓨터 스토리  |  2007. 3. 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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