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한 HD 600용 케이블 Ⅱ

완성한 HD 600용 케이블 Ⅱ


두 번째 케이블 제작의 계기

전에 Sennheiser HD 600의 번들 케이블이 단선되어 그 기회에 별도의 전용 케이블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와 두꺼움, 뻣뻣함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새로운 케이블을 만들기가 번거로워 아쉬움을 달래며 그 불편함을 감내하기만 했는데 어느 날 귀찮음을 무릅쓰고 새로운 케이블을 만들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생겼다. 하스의 김상록님이 HD 600 핀 커넥터 몸통 용 형틀을 만들었으며, 내게 단자처리를 해주시겠다고 한 것이다.

솔직히 글루건으로 핀 커넥터 몸통을 만든 것에 불만은 없었지만 사용한 케이블의 무게와 굵은 두께, 뻣뻣함 때문에 이 기회에 새로 케이블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물론 형틀을 이용한 커넥터 몸통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했다.


재료의 선택

HD 600용 케이블 만들기에서 가벼운 케이블에 대한 접근 방식은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하스의 최한솔님이 제안한 방식으로 4심 마이크 케이블의 외피를 벗겨 무게를 줄이고 익스펜더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가벼운 4심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두 번째 방식으로 꼭 4심 마이크 케이블을 사용해야한다는 인식만 바꾸면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가볍고 얇으며 부드러운 재질의 4심 선재를 찾고자 했으나 아쉽게도 그런 선재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선재가 유무를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지만 바빴던 때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가볍고 얇은 4심 선재를 택했는데, 벨덴 8723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스펙을 염두에 두고 고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오디오용으로 제작된 선재이며, 주석도금 된 구리 전도체와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절연체, 트위스트된 페어 구조, 페어별로 차페율이 100%인 독립된 실드를 갖췄고, 상대적으로 다른 4심 선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페어별로 독립된 실드를 갖추고 있어 HD 600 같이 좌우로 선이 나눠지는 헤드폰에서 실드를 핀 커넥터 부위까지 입힐 수 있는 점은 하나의 실드만을 갖고 있는 다른 보통의 4심 선재에 비해서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4심 마이크 케이블을 이용해 헤드폰 케이블을 만들 경우 선이 나눠지는 부분부터 좌/우의 커넥터까지의 실드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드가 고정배선용 선재에서 주로 사용되는 랩(Foil) 방식이라서 유연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는데, 그로 인한 뻣뻣함이 이 선재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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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 플러그는 선재가 얇은 터라 55밀리가 아닌 35밀리 짜리를 썼다. 금도금된 대만산 플러그인데 선재 고정용 스프링 부분의 내경이 좁다는 것 외에 큰 불만은 없다.

익스펜더는 케이블의 외피의 색-약간 짙은 회색이 맘에 안 들어 씌웠다. 케이블 외피에 먼지가 달라붙거나 때 타는 것을 피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이다.ㅋㅋ

땜납은 WBT 은납을 사용했다.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만 소모되는 땜납의 양이 많지 않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에 썼다.


만들기

선재는 2조 페어선으로 분리되어 있고 각기 별로 독립된 실드를 갖추고 있어 실드를 핀 커넥터 부위 끝까지 씌워 주었다.

익스펜더를 입힐 때 대만산 플러그의 선재 휨 방지용 스프링 부분의 내경이 좁아서 좀 고생했다. 맨 선재만으론는 여유로웠는데 익스펜더를 입히니까 집어 넣기가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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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러그에 선재를 납땜할 때 플러그 몸통을 미리 넣고 작업하지 않았고 다 납땜한 뒤에야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ㅠ.ㅠ 눈물을 머금고 선재를 잘라내고 몸통을 먼저 넣은 뒤에 다시 납땜했다. 케이블 작업할 땐 수축 튜브나 플러그 몸통을 꼭 먼저 넣은 뒤에 작업해야 한다. 작업 다 해놓고 알게 되면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

핀 부분을 납땜할 때 왼쪽 커넥터의 접지 핀쪽이 아주 약간 짧게 납땜되었는데 이 부분은 단자처리할 때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범위라 생각되어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나중에 이 때의 안이함에 대한 대가를 크게 치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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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나눠지는 부분은 보형물을 추가하여 서로 가까이 붙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케이블을 하스의 김상록님이 커넥터 몸통을 만들어 주셨다. 내가 전에 만들었던 커넥터 몸통은 헤드폰을 직접 형틀로 하고 글루건을 재료로 하는 방식, 즉 HD 600의 연결 부위에 녹인 글루건을 집어 넣은 후 굳은 뒤에 빼내는 방법이었다. 김상록님의 방법은 더 진보한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자동차용 레진을 이용해 적접 형틀을 제작하고 거기에 플라스틱 퍼티를 넣어서 굳혀 몸통을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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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퍼티의 원래 색은 짙은 하늘색인데, 김상록님이 페인트를 발라 색을 입혀놓으셨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하지만 HD 600 케이블을 직접 제작해본 사람이라면 이 감동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최문협님의 핀 제작부터 김상록님의 커넥터 몸통제작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진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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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굳힌 것이라 그런지 상당히 딱딱해서 그 견고한 느낌이 말랑말랑한 글루건과는 비교가 힘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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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번들 케이블처럼 HD 600과 잘 어울린다.


약간의 문제점과 해결방법

이제 끝났다고 마냥 좋아했는데 케이블을 사용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오른쪽 커넥터 몸통의 선재 고정 부위가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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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티가 선재에 얇게 입혀진 부분이 케이블의 뒤틀림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몸통을 굳히는 과정에서 선재가 중심을 약간 이탈한 상태에 있어 한쪽에 퍼티가 얇게 입혀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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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루건을 이용해 보강해주기로 했다. 만만한 것이 글루건이다.^^;; 깨진 것은 오른쪽뿐이었지만 왼쪽도 만약을 대비해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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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역시 수축 튜브다. 커넥터 작어을 하기 전에 수축 튜브를 끼워 놓았다면 편했을 텐데, 사후에 입히느라 수축 튜브를 한참 늘린 뒤에야 간신히 입힐 수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2번 입혀 주었다.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하지만 쓰다가 다른 문제를 발견했는데, 왼쪽이 가끔 소리가 안 나오거나 왼쪽 커넥터가 잘 빠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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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저렇게 핀이 한쪽에 치우치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김상록님이 공들여 작업해주신 커넥터 몸통이라 재작업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 다시 손을 보기로 했다.

또 다시 김상록님께 부탁드려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한 쪽만이라면 손 쉽게 고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커넥터를 부숴 보니 왜 핀이 기울었는지 알 수가 있었는데, 케이블 제작하면서 핀에 납땜을 할 때 접지쪽 핀에 납땜한 선이 시그널 쪽에 비해서 약간 짥게 된 것 때문이었다. ㅠ.ㅠ
 
결국 다시 한 번 글루건 신공(?)을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전처럼 헤드폰의 커넥터 장착 부위에 글루건을 넣어 굳히는 방식이 아니라 HD 600에 장착되는 핀 간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글루건을 조금씩 덧붙이고 굳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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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건을 덧붙이고 굳힌 뒤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끝에 성형(?)을 완료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전에 했던 방식보다는 편한 것 같다.

글루건이 말랑말랑한 재질이라 강도나 경도면에서 불안해서 수축 튜브를 입혀주었더니 일반적인 사용에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수축 튜브를 미리 끼워놓지 않아서 짧게 2번 나눠서 입히는 바람에 깔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써 Sennheiser HD 600 용 두 번째 케이블 작업이 완료(?)되었다. 물론 나중에 어떤 계기가 있다면 그때는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은 갖고 있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지금 당장은 더이상 손대지 않으려고 한다. 귀찮기도 하고.^^;

이제는 음악 듣는데 더 집중해야지.^^

      DIY(오디오…)  |  2006. 12.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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