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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HA의 여름나기 대비; 24V 전원부(정전압부) 발열 줄이기 성공!

루시엘 2007. 6. 9. 12:35

여름도 다가오고 SHHA(Sijosae Hybrid Headphone Amp) 24V 정전압부의 높은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귀찮음을 무릅쓰고 바쁜 와중에 짬짬이 SHHA에 다시 한 번 손을 댔다. 일전에 포스팅한 다이오드를 이용해 전압을 낮추려 했던 실패기 말미에서 언급했던 스위칭 레귤레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SHHA의 24V 정전압부만 발열이 심한 까닭
 
전에 했던 이야기지만 다시 간단히 정리해보면 입력전압과 출력전압의 차이가 크고 소모하는 전류량이 많기 때문이다.

간단한 계산에서 트랜스에서 공급된 AC 30V(실측은 28.5V)가 정류 후에는 대략 DC 42V(=30*1.414, 실측은 38V) 정도되고, 이것을 24V로 낮추게 되면서 18V(실측은 14V)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14V만큼을 열로 방출해야 하고 소모 전류가 많아 패스TR인 모스펫에서 심한-잠시도 손을 대기 어려운 것으로 보아 섭씨 70~90도 정도로 추정되는 열이 발생한다.

이러한 발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모 전류를 줄일 수는 없으므로 공급되는 AC전압을 낮추거나 정전압 회로가 감당할 드랍아웃 전압을 낮춰줘야 한다. AC 전압을 낮추려면 근본적으로 트랜스를 다시 감거나 AC 전압을 조절할 수 있는 딤머(dimmer) 회로를 꾸며야 하는데, 트랜스를 새로 맞추거나 딤머 회로를 꾸미는 것보다 정전압 회로에서의 드랍아웃 전압을 낮추는 게 더 쉽다는 판단에 정류 후 전압을 낮춰보기로 했다.

전압을 낮추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번에는 스위칭 레귤레이터를 쓰기로 결정했다.  전에 시도한 다이오드의 전압강하를 이용한 방법은 전류량이 많을수록 다이오드에서의 발열도 심해지는 점 때문에 정전압부의 모스펫의 발열이 줄어든 대신 다이오드에서 그만큼의 열이 발생하여 전체적인 발열은 그대로인 셈이었다. 그래서 효율이 높아 발열이 적은 스위칭 레귤레이터를 사용하고자 했다.


스위칭 레귤레이터로 전압을 낮추기

스위칭 레귤레이터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구하기 쉽고 저렴하며 사용하기 쉬운 LM2576을 골랐다. "SIMPLE SWITCHER; Step-Down Voltage Regulator"라는 설명 그대로 LM2576은 상당히 간단한 회로로 작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스위칭 레귤레이터이다.

LM2576

SHHA에서 사용하는 트랜스의 스펙에서 24V 정전압부 쪽은 AC 30V 1A이다. 따라서  1A 이상의 전류를 지원하기만 해도 되지만, 즉 1A를 지원하는 LM2575로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SHHA의 소모 전류가 많은 편이라 여유있는 전원 공급을 위해서 그리고 LM2576과 LM2575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서 3A 지원의 LM2576을 택했다.

간단한 회로였지만 만능 PCB 자투리의 여유공간이 부족해 단거리에 점퍼 없는 배선을 하기 위해 애 좀 써야 했다.


제한된 공간에 무리하게 집어넣은 느낌이 좀 드는데 절묘하게도 부품간의 직접적인 간섭은 없었다. 스위칭 레귤레이터로 전압을 낮춘 후에 다시 구보다 전원회로로 정전압을 만들기 때문에 출력 전원의 리플이 문제될 여지는 적었지만 조금이라도 전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원의 리플을 줄이기 위한 L-C 필터도 추가했다.


데이터시트에서 권고하는데로 각 부품을 레귤레이터의 핀 가까이에 배치했다. 일점 접지는 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동테이프를 사용하여 접지면적을 충분히 넓혀 일점접지에 가깝게 작업했다. 사용한 부품도 데이터시트에서 권장하는데로 썼다. 다이오드는 쇼트키 1N5822를, 캐패시터는 삼영과 BC의 Low ESR 타입을, 저항은 1%금속피막저항을 사용했다.

하스 엄수호님의 SHHA 제작기의 댓글을 보면 정전압화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자 한다면 최소 5V 이상의 전위차를 확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에 동의하기에 스위칭 레귤레이터로 전압을 29.1V 정도로 낮췄다. 전압 조절용 가변저항로 싱글턴을 써서 정밀하게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구보다 전원회로로 다시 정전압을 만드므로 정밀하게 전압을 맞출 필요는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전압 회로에 공급하는 전압을 낮췄으므로 평할용 2200uF 전해 콘덴서를 내압 50V(삼영 LXV)에서 35V(삼영 NXB) 짜리로 바꿨다. 이는 NXB 35V의 ESR이 더 낮고 리플 특성이 좋아 스위칭 레귤레이터로 낮춘 전원의 리플을 낮추는데 보다 나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정류 다이오드에서 저항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끊고 정류 전원과 정전압부의 입력 전원, 접지를 스위칭 레귤레이터가 장착된 기판의 전원 입출력 단자와 연결해주면 된다.

스위칭 레귤레이터용 기판은 케이스의 AC인렛과 앰프 기판 사이의 빈공간에 장착을 했다.

AC인렛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스위칭 레귤레이터용 기판을 앰프 기판에 바싹 붙여서 좀 답답해 보인다.


성공; 심한 발열이여 안녕~

스위칭 레귤레이터의 사용은 성공적이었다. 높은 효율(70~80%) 덕분인지 전압 차이만큼을 열로 방출하던 방식과 달리 발열이 현저하게 줄었다. 섭씨 70~90도 정도로 추정되는 24V 정전압부의 발열이 50~55도 수준으로 낮아졌다.

스위칭 레귤레이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예상보다 좀 높았는데 24V 정전압부와 마찬가지로 50~55도 정도였다. 아마 사용한 방열판의 방열면적이 적고 앰프에서 소모하는 전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심했던 발열을 해소하고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그보다는 만드는 재미(=번거로움?)가 더 크긴 하다. :) 사실 SHHA의 24V 정전압부의 심한 발열은 실제 사용에 있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한여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을 보면 심한 발열 때문에 전원부쪽의 온도가 높아져 전원부에 사용된 캐패시터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빨리 감소하기는 하겠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귀찮게 느껴지지만 않으면 이렇게 자신이 만든 앰프에 다시 주의를 기울이고 정성을 쏟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앰프인데 이 정도 수고는 들일만 하다고 생각한다.


밀폐형 볼륨으로 교체

기왕 SHHA에 손댄 것 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알프스 클릭식 블루벨벳 볼륨을 같은 용량의 토코스 밀폐형 볼륨으로 바꿨다. 사용한 블루벨벳이 클릭식이라 마이크로포닉 노이즈가 심한 진공관을 사용할 때 클릭이 걸릴 때마다 미세한 노이즈가 들려서 불편했다. 또한 볼륨을 미세하게 조절하기에 논클릭식 볼륨이 낫다.

문제는 사용할 토코스 밀폐형 볼륨(RV24)이 샤시 고정용 볼륨이라는 점이었다. 이 경우 볼륨의 고정용 돌기를 제거하고 볼륨을 180도 돌린 뒤에 하드와이어링을 하면 된다. 하지만 내 SHHA 케이스의 경우 고정용 서포터가 PCB의 고정용 홀과 딱 맞지 않아 PCB 고정용 블루벨벳 볼륨과 뉴트릭 콤보잭, 대충 맞는 볼트 1개로 기판을 케이스에 고정을 한 상태라 샤시형 볼륨을 사용할 경우 PCB의 고정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것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PCB 고정용 홀을 케이스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볼트 고정 부위를 보면 조금씩 어긋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케이스의 PCB 고정용 서포터에 위치를 맞춘 결과이다. 그라운드 루프 브레이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용 홀을 가공하면서 노출된 접지 부분과 고정용 볼트가 쇼트되지 않게 부싱을 사용해 절연시켰다.

그렇게 장착했는데 아쉽게도 최소 볼륨 상태에서 발진(?)하는 문제가 있었다. 전에 사용하던 블루벨벳에서는 없던 현상인데, 다른 토코스 볼륨으로 바꿔서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토코스 볼륨과 SHHA가 잘 안 맞는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최소 볼륨에서 3도 정도만 올려주면 그 문제도 없고 소리도 안 들리기 때문에 실사용에는 무리가 없었다. 또한 토코스 볼륨을 조작감이 좋아 마음에 들었는데 이 조작감을 포기하면 아쉬움이 더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다른 볼륨이나 또 다른 토코스 볼륨으로 바꾸기도 귀찮아져서 그냥 쓰려고 했다.^^;;

그러다 하스에서 황용근님이 그런 문제가 있을 경우 그리드 스톱퍼(Grid Stopper)로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줘서 최저 볼륨일 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볼륨의 출력과 진공관의 그리드 사이에 100옴 정도의 저항을 넣으라는 이야기에 따라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리드 스토퍼는 진공관 입력에 직결된 볼륨으로 인한 트러블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신호 경로에 저항이 들어가기 때문에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좋겠겠지만 여러가지 변수-진공관, 볼륨 등-를 고려하여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넣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드 스톱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저항을 진공관의 그리드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야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여 그렇게 작업했다.

이렇게 그리드 스톱퍼로 최소 볼륨일 때의 문제 해결하고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SHHA로 음악을 듣고 있다. 적절한 해결책을 알려준 황용근님께 감사한다.^^